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가장 작은 규모로 출전한 세종시 선수단이 주력 종목인 사격·펜싱·유도·승마·사이클 등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 이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잃지 않고 부단히 달려온 선수들의 노력과 지도자들의 헌신, 세종시장애인체육회의 든든한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아 선수들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김정남 선수
​심재훈 선수
양정무 선수

 

사격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어려움 딛고 훈련···
후배 선수들, 스스로 선택한 길 믿고 나아가길

김정남 선수
세종시 연고 BDH 파라스 장애인사격실업팀·국가대표

김정남 선수는 지난해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사격 종목 개인·단체전에서 금메달 6관왕을 달성하며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였다. 개인전에서 은메달 2개를 추가로 따낸 그는 대회 유일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불의의 사고로 2년 여의 병원 생활 끝에 장애인 사격 선수의 길에 들어섰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열악한 훈련 여건이 크나큰 벽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사격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꾸준히 훈련을 쉬지 않은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들어냈다. 

“장애를 갖고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언젠가는 사격 선수로서 국위 선양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처음에는 총을 살 돈도 없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길이 맞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던 기간이 꽤 길었어요. 그래도 사격을 처음 시작했을 때 꾸었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훈련하며 지냈던 시간이 이제 열매를 조금씩 맺는 것 같습니다.”

그가 평소 훈련을 하면서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체력과 정신력이다. 국가대표로서 경기 이천의 선수촌과 충북 청주종합사격장을 오가며 훈련에 매진하는 한편, 비시즌일 때는 체력 강화에 비중을 둔다. 시합에 가까워지면 마음속으로 10점을 쏘는 느낌을 여러 번 상상하는 ‘심상 훈련’도 병행한다.

BDH 파라스 장애인사격팀과 세종시장애인체육회 기념 사진

“소속팀에서 전문적인 코치의 지도를 받게 되고, 국가대표로 선수촌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도 더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죠.” 어려운 시기를 견뎌온 만큼 소속팀의 동료들이나 후배 선수들에 대한 애정도 적지 않다. 그는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받은 최우수선수 포상금 전액을 장애 학생 선수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작은 나눔이지만 후배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꿈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BDH 파라스 장애인사격실업팀은 다른 팀에 비해 연령대가 젊은 편입니다. 그만큼 활력이 있고 분위기도 좋아요. 미래가 밝은 젊은 선수들이다 보니 맏형으로서 잘 이끌어주려 합니다. 후배 선수들에게 본인이 선택한 그 길을 믿고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아프고 힘들지만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세계 대회의 높은 벽, 연습으로 뛰어넘어···
젊은 선수들 세종에서 오래 머물 수 있기를

심재훈 선수
세종시 연고 GKL 휠체어펜싱팀·국가대표

‘프레(준비됐나요?)… 알레(시작)!’

휠체어펜싱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강한 두근거림은 20대 청년을 펜싱의 길로 이끌었다. 다치기 전까지 모든 운동을 섭렵했던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그에게 장애인체육은 다소 정적이고 불편한 존재로 다가왔다. 그런데 휠체어펜싱은 달랐다. 경기 시작 직전, 화면 속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8년 캐나다에서 열린 ‘휠체어펜싱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휠체어펜싱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심재훈 선수의 이야기다.

“20대 중반에 두 다리에 의족을 하고 나서 좋아하던 운동에 대한 결핍이 컸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장애인체육 종목을 접해봤는데 이전처럼 몸을 쓸 수 없으니, 재미가 없었어요. 그때까지도 제 장애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휠체어펜싱을 보고 온몸에 떨림이 느껴지더라고요. 수소문해서 취미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제대로 된 장비도, 지도자도 없이 시작한 휠체어펜싱이었지만 열정과 패기는 남달랐다. 연습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출전한 첫 국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자신감도 높아졌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하지만 세계 무대의 벽은 높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국내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던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는데, 운 좋게 국가대표로까지 선발되면서 자신감이 정말 높아져 있는 상태였어요.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죠. 처음 출전한 세계대회에서 예선전을 턱걸이로 통과했어요. 그때까지도 몸이 덜 풀려서 그런가 했는데, 본선에서 우승 후보인 선수들과 겨루면서 비로소 실력 차이를 제대로 깨닫게 됐습니다.”

첫 국제 대회에서의 씁쓸한 경험을 뒤로하고 심 선수는 연습에만 매달렸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거나 해외 전지훈련이라도 떠날 기회가 생기면 해외 선수들의 기술, 강점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 스스로의 것으로 만들었다. 3년 뒤, 그는 휠체어펜싱 월드컵에서 국내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GKL 휠체어펜싱팀과 세종시 소속 선수 기념 사진
GKL 휠체어펜싱팀과 세종시 소속 선수 기념 사진

최근 그는 국제 대회에서의 오랜 공백을 깨고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열린 ‘2025 월드 어빌리티스포츠 게임’ 장애인 펜싱 월드컵에서 에페 남자 개인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랭킹 2위의 우승 후보와 맞붙어 짜릿한 승리를 거둔 결과였다.

“오랜만에 국제 대회에서 딴 메달이라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GKL 휠체어펜싱팀이 저를 믿고 많이 지지해 준 것이 공백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어요. 2026년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28년 로스앤젤레스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심재훈 선수에게 세종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2020년 소속팀의 연고지 협약을 계기로 처음 찾은 세종시는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였다. 다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젊은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일자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선수 생활 이후에 지도자가 된다 하더라도 실업팀이나 직장 운동 선수부 등 지도할 선수가 많지 않다면 결국 다른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꼭 장애인체육 분야가 아니더라도 청년들이 세종시에서 정착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감독·선수들 간 끈끈한 유대가 성과 비결,
체계적인 장애인 체육시설 갖춘 세종시 인상적

양정무 선수
세종시장애인체육회 유도실업팀·국가대표

13살 때 유도를 시작한 양정무 선수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유도와 함께했다. 밝은 성격과 성실함으로 무장한 그는 지난해 11월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금메달 2관왕, 2025 도쿄하계데플림픽 동메달 획득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그는 이런 성과의 비결로 세종시장애인체육
회 유도실업팀 감독과 선수 간의 끈끈한 유대와 세종시장애인체육회의 든든한 지원을 꼽는다.

“모든 장애인 운동선수에게 꿈의 무대인 올림픽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피나는 노력의 결실을 얻게 되어 정말 기쁘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세종시장애인체육회 직원분들이 묵묵히 지원해 준 덕분에 저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항상 좋은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낼 때는 스스로 실망도 많이 하고, 자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0년 넘게 유도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지인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9년 타이베이데플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땄던 순간의 설렘과 기쁨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우승의 여운이 긴 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속상함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어요. 저를 꾸준히 응원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세종시장애인체육회 유도실업팀과 체육회 직원들 기념 사진
세종시장애인체육회 유도실업팀과 체육회 직원들 기념 사진

양정무 선수는 3년 전 세종시장애인체육회 유도실업팀으로 이적하며 고향인 경기도를 떠나 세종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장애인형국민체육센터가 세종시에 있다는 점이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애인체육을 위한 체계적인 시설을 갖춘 세종장애인형국민체육센터에서 훈련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느낌이었어요. 언젠가 이응다리에서 아름다운 불꽃이 터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모습도 잊혀지지 않네요.”

국제 대회 메달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힘차다. 올해 열리는 여러 국내외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멀게는 2029년 그리스에서 열리는 데플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저는 아직도 하고 싶은 꿈과 목표가 참 많습니다. 목표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장애인 운동선수들이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도 많지만 가장 잘하는 부분에서 좋은 활동과모습을 자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세종시장애인체육회, 그리고 세종장애인유도실업팀에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풍요로운 삶 품격있는 세종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