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 대담 인터뷰

오늘날 농업은 단순히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를 넘어 ‘어떻게 팔고,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일이 됐다. 생산부터 유통, 체험, 교육까지 농업의 전 과정에서 혁신적인 시도가 늘고 있는 이유다. 도시와 농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종시에서는 이런 현장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세종시의 농업 혁신을 이끄는 청년농업인들을 만나 도농복합도시 세종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좌측부터) 유태욱 대표와 김용화 대표
(좌측부터) 유태욱 대표와 김용화 대표

 

[인터뷰이 소개]

유태욱 대표
이끼와 특수화훼를 실내 수직형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하이모스’를 운영하며,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를 선물하고 있다. ‘2025년 농업인의 날’ 유공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차세대농어업경영인대상 분야 본상을 수상했다.

김용화 대표
연서면에서 블루베리와 화훼를 재배하며,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지역과 소비자를 잇는 농업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청년농업인 학습단체인 4-H연합회의 회장직을 수행하며 청년농업인들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Q. 농업에 뛰어든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유태욱  어렸을 때부터 농업을 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자랐습니다. 기억 속 부모님은 늘 새벽부터 일하시고 늦게 돌아오셔서 농업은 저에게 ‘고된 일’이었어요. 조경학과에 진학한 뒤에는 아버지의 조경수 재배를 2년 정도 도와드렸는데, 시간이 흘러도 ‘몸이 힘든’ 노동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 더 효율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농업을 고민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자동화나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농업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경험해 보니, 조경수와 같이 부피가 크고 무거운 작목은 저와 잘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대신 부피가 작고 고부가가치로 확장할 수 있는 작목을 찾다가 이끼를 선택했습니다. 이끼를 안정적으로 키우려면 환경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해 수직형 스마트팜 모델을 구체화했고요. 6차산업과 연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2021년부터 세종시로 주소지를 옮겨 본격적으로 농업을 시작했습니다.

 

김용화  처음에는 농업과 상관없는 공공기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회사 업무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농사를 짓지 않아 농산물을 전량 수입하는 나라들을 보면서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동시에 ‘컴퓨터로 대체되지 않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고민을 하던 시기에, 오래전부터 취미로 길러오던 블루베리를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부터 블루베리를 키워왔는데 소량 생산이다 보니 판매가 늘 어려웠어요. 그러던 중 세종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안정적인 유통이 가능한 길이 보였고, 그 흐름을 보고 농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20년부터 경영체를 갖추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Q. 현재는 어떤 농업활동에 주력하고 계신가요?

김용화  연서면에서 블루베리와 화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블루베리는 싱싱장터를 포함한 세종시 로컬푸드 유통망을 통해 시민들에게 판매하고, 화훼는 위탁재배 형태로 기관 수요에 맞춰 공급하고 있어요.블루베리는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품종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데 집중해 현재 100여 종 이상을 재배하고 있는데요. 여러 품종을 섞어 판매하면서 맛에서 차별화를 두고 있습니다.

화훼는 수요와 공급이 엇갈리면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주문을 기반으로 전량 판매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위탁 재배 납품 외 생산한 물량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인근의 싱싱장터나 수목원 가든샵 등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과정에 무농약 재배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수확량이나 관리의 측면에서 난이도는 높지만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태욱  시중에 유통되는 이끼의 상당수가 자연에서 무단으로 채집되어 자연을 훼손시키는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직형 스마트팜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이끼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해 고안한 방법인데요. 계절에 영향을 받는 자연 채집이 아닌,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재배하다보니 연중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스마트팜에서 직접 생산한 이끼와 특수화훼를 활용해 손수 제작(DIY) 원예키트와 실내 원예 상품도 개발하고,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실내재배 시설을 도심 속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해 시민들이 미래 농업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태욱 대표가 생산하는 테라리움 제품
유태욱 대표가 생산하는 테라리움 제품

 

 

Q. 청년농업인으로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유태욱  농업은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아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 들어왔을 때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요. 다행히 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하는 세종시 4-H연합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또래 농업인들을 만나 감정적으로도 많이 해소가 됐습니다. 소속감이 생기기도 했고, 지식이나 경험을 서로 나누면서 농업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또, 세종시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여러 공공기관이 청년농업인들이 필요로하는 교육과 지원을 함께 고민해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뒷받침해 줄 정책자금이나 프로그램 등을 연결해주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도 해주고 있습니다. 

 

김용화  저에게도 세종시 4-H연합회 활동이 큰 힘이 됐어요. 처음에는 관련 용어부터 절차까지 많은 것이 낯설고, 온라인상의 정보도 정확하지 않아 막막함이 컸습니다. 그때 4-H연합회 구성원들의 생생한 경험을 전해들으며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세종시 4-H연합회의 임원 활동에 이어 회장까지 맡게 된 것도 제가 받은 만큼 후배 농업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였습니다. 

4-H연합회와 같은 단체 활동의 장점은 농업기술센터나 시청 농업 관련 부서 등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청년농업인들의 어려움을 전하고 정책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통로가 생긴 셈이죠. 센터나 부서 직원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이나 정책이 무엇인지 함께 살피고, 그에 맞춰 운영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청년농업인 역량 강화 워크숍
청년농업인 역량 강화 워크숍

 

 

Q. 세종시는 농업을 하기에 어떤 도시인가요?

유태욱  세종시는 도시와 농촌의 거리가 멀지 않다 보니, 1차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이나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곳입니다. 1차 생산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 저처럼 교육 서비스를 결합하거나 제품화와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방향성’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나 농업기술센터가 농업의 접근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주면, 도시민이 농업을 더 친숙하게 접하게 되고 나아가 도농복합도시로서의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용화  세종은 신도심과 농촌이 함께 있는 도시라 도시 가까이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을 구축하기 좋은 곳입니다. 생산과 소비가 가까운 만큼 현장에 맞는 방식으로 농업을 설계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넓어지니까요.실제로도 세종시는 로컬푸드 생산·유통 기반이 잘 잡혀 있는데요. 경매장 중심의 방식과 달리, 로컬푸드를 제때 소규모로 납품할 수 있어 농장 규모와 상황에 맞춰 운영하기가 수월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유태욱  저희 상품을 세종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성장시켜 ‘이끼 하면 하이모스, 하이모스 하면 세종’이 떠오를 만큼 사업을 키워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동안 기업이나 기관뿐 아니라 노인복지센터, 중장년일자리센터, 아동 관련 기관 등에서 원예 교육 서비스를 진행해 왔는데요. 앞으로는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대상으로 봉사 형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도 함께 키워가고 싶습니다.

 

김용화  요즘 유행하는 ‘디지털 유목민’처럼, ‘영농 유목민’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자동화와 고부가가치화를 기반으로, 한 곳에 정착하지 않아도 영농으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농촌에 있는 유휴 토지나 비어 있는 하우스를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어떻게 활용하고 어디에 판매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향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시장의 수요와 현장의 자원을 연결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농업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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